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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野菜)의 한자 구성을 보면 ‘들야+나물채’로 되어 있고, 국어사전 뜻을 봐도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이라고 되어 있다. 즉 산이나 들에서 뜯어온 식물이 야채다.
채소(菜蔬)는 ‘나물채+나물소’로 되어 있고, 국어서전 뜻은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로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는 제외한다.’라고 되어 있다.
야채는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식물로 사람이 뜯어와서 먹는 식물이고, 채소는 사람이 밭에서 직접 길러먹는 식물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나리, 고사리, 쑥처럼 산에서 캔 나물은 야채로 분류하고, 배추, 무, 상추, 시금치, 오이처럼 사람이 재배한 농작물은 채소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농업사회에서 도시사회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이 두 낱말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고, 두 낱말 모두 같은 뜻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채소와 과일의 구분도 쉽지 않다. 토마토 딸기 수박 참외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에 속하지만 사람들은 과일로 인식하고 먹는다. 일반적으로 과일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말한다. 사과, 배, 대추, 밤처럼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는 과일로 분류한다. 반면 밭에서 수확하는 식물, 다시 말해서 땅에서 열리는 배추, 무, 수박, 참외, 토마토, 딸기는 채소에 속한다.
수박, 토마토, 딸기 등은 땅에서 약간 높이를 두고 가지에 매달려 열리기 때문에 과일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들은 열매채소로 분류한다.
학술적으로 구분하자면 채소는 일년생 식물, 과일은 다년생 식물이다. 일년생 초본식물의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채소, 다년생 목본식물의 열매를 과일이라고 한다.
땅콩, 밤, 호두,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는 이름에 ‘열매과’자가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과일에 속한다.
건강을 위해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 기준에 의하면 하루에 필요한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400g 정도다.
‘국민 건강영양조사(2008)’에 의하면 한국인 중에서 채소를 1일 권장수준 이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23.4%에 불과해 4명 중 1명도 안 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는 동물성 식품보다 몸의 건강 기능을 더 돕기 때문이다. 채소에는 비타민, 무기질 등의 필수영양소 외에도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는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다. 의사들은 비타민제 같은 약품보다 채소를 더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한다.
채소에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있는데, 5대 영양소에 속하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외에도 제 6 영양소로 부르는 식이섬유, 제 7 영양소로 부르는 파이토케미컬, 그외 다양한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 비타민
채소 하면 떠오를 정도로 풍부한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이다.
- 효소
세포의 화학반응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효소가 채소에 풍부하다.
-. 식이섬유
장운동 촉진, 콜레스테롤, 혈당 등에 영향을 미쳐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성인병 예방법 중 하나가 채소의 식이섬유 섭취다.
- 단백질
단백질 하면 닭가슴살을 떠올리겠지만 채소에도 단백질이 풍부하다. 우유 100g당 단백질 함량이 3.2g인데 케일 100g에는 3.3g의 단백질이, 브로콜리에 3g, 시금치에 2.9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 파이토케미컬 (phytochemicals)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채소 속에 신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이라는 물질이 풍부하다. 파이토케미컬은 영양소는 아니지만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와 더불어서 우리 몸이 건강해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1만 여 종이 밝혀졌고, 미량영양소로 평가받고 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해충 등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을 말하는데, 노화 및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채소를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인식 때문에 채소는 날 것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모든 채소가 날 것으로 먹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날 것으로 먹으면 독이 되는 채소도 있다. 채소에 따라서 익혀 먹는 것이 영양에 유리한 채소도 많다.
채소의 식물영양소(파이토케미컬)은 식이섬유로 구성된 세포벽에 쌓여있어, 생채소를 그대로 먹으면 오히려 몸에 흡수되는 식물영양소가 적다. 세포벽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약간 가열해서 세포벽을 깨는 것이 식물영양소를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당근, 시금치, 버섯, 아스파라거스, 양배추 등은 열을 가하면 익히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많은 영양소를 제공한다.
베타카로틴·라이코펜 등 지용성 영양소는 가열해도 파괴가 잘 안 되므로, 가열을 통해 세포벽을 제거함으로써 지용성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비타민C나 폴리페놀, 글루코시놀레이트 같은 수용성 영양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채소를 익히면 비타민C의 경우 반이나 파괴된다.
따라서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날채소와 익힌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다.
당근, 호박, 마늘, 콩, 토마토 등은 끓여 먹으면 좋은 대표 채소다. 고사리, 두릅, 가지, 미나리를 비롯한 봄나물은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부추, 고추, 양배추, 상추, 양파, 마늘, 당근, 피망,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무, 여주, 케일, 래디쉬, 적채 등은 생으로 먹으면 좋은 채소다.
일부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익혀서 먹어도 좋은 채소들이 있다. 당근, 마늘, 양파, 배추, 버섯 등은 익혀 먹을 때 영양소가 더 늘어나는 채소다.
양파 마늘 배추 버섯 등은 알리신·케르세틴·인돌 등의 영양소가 있는데 기름으로 볶아 먹을 때 몸에서 더 잘 흡수한다.
당근, 피망, 파프리카, 호박, 주키니 등에는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루테인 등이 있는데, 생으로 먹으면 10% 정도만 흡수되지만 식용유로 볶아서 익히면 흡수율이 70%까지 증가한다. 가지 등의 경우 한편, 가지에는 보라색을 띄는 안토시안계의 ‘나스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기름에 볶거나 튀겨먹는 것이 몸에 좋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도 기름에 볶거나 튀기면 흡수가 더 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