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뢰베 서거150주년 추모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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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뢰베 음악세계를 통찰하다


“칼 뢰베 서거 150주년 추모 음악회”
한국독일가곡연구회 168회 정기연주회
12월 6일 (금)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지난 12월 6일 한국독일가곡연구회 주최 칼 뢰베 서거 150주년 추모음악회가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렸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9도까지 내려가며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금요일 저녁의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이겨내고 드디어 연주장에 도착!
프로그램 북을 손에 들고 찬찬히 읽어보니 나에겐 조금 생소한(?) 서양음악사 시간에 이름만 들어봤던 칼 뢰베의 곡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1부의 “연꽃” 2부의 “여인의 사랑”은 슈만의 곡과 같은 시를 공유하기 때문에 슈만의 곡으로 오해하기 쉽다. (사실 나도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기 전까진 슈만 곡을 같이 연주 하는 줄 알았다.)
문득 슈만을 떠올리게 하는 곡들을 보고 칼 뢰베라는 작곡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과연 슈만과 어떻게 다를까? 같은 텍스트로 어떤 다른 감성으로 풀어 나갔을지 많은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래서 먼저 연주 시작 전 (사실 오기 전에 알아봐야 하지만^^) 칼 뢰베에 대해 알아봤다.

발라드의 선구자 칼 뢰베

칼 뢰베 (1796-1869)는 독일의 작곡가로 가곡의 발라드(서사 가곡)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발라드는 역사적 또는 가공적 이야기를 줄거리의 내용으로 하는 시의 한 장르로 뢰베는 스스로 성악발라드의 형식을 발견했고 민요적인 음절형식 또는 변형형식을 이용한 간결한 수법으로 극적 서사적 내용을 음악화 했다. 작곡가이자 바리톤 가수였고, 지휘자이면서 오르간 연주자로 다재다능했던 뢰베는 슈테틴이란 도시에 46년간 도시의 음악총감독을 맡으며 400여곡의 가곡을 작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또한 정상급 바리톤 가수로 자신의 반주에 맞춰 본인의 발라드를 노래한 것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칼 뢰베에 대해서 알아보는 동안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생소한 곡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1부의 첫 순서는 “올루프씨 (Herr Oluf)”, “바다를 가르는 오딘 (Odins Meeresritt)” 2곡을 바리톤 임국희가 노래하였다. 이 두 곡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슈베르트의 “마왕”처럼 한 명의 성악가가 여러 배역을 소화하며 노래해야하는 작품으로 임국희의 유려한 표현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반주가 돋보였다.
뢰베의 작품 중 유명한 곡으로 꼽히는 “시인 톰 (Tom der Reimer)”은 민속 발라드로 스코틀랜드에 실존했던 시인 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바리톤 김성곤은 이 곡을 편안한 중저음과 안정된 고음으로 때로는 담담하게 또 섬세하게 노래했다. 뢰베 본인이 바리톤으로 활동했던 탓인지 바리톤의 중저음 음역대로 표현하기 적합한 작품들이 전반부의 주를 이뤘고, Liederkranz Op. 145 중에 세 곡을 연주한 바리톤 최경열의 풍부한 음성은 청중들을 다시금 바리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1부 순서의 홍일점이었던 소프라노 신효진은 “수련 (Die schlanke Wasserlilie)”과 “연꽃 (Die Lotosblume)”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Nimand hat’s gesehn)”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 수줍음 그리고 환희를 거침없이 표현하며 음악성을 마음껏 발산했다.



세 명의 여인이 노래하는 여인의 첫 만남, 결혼 그리고 사별..

2부는 연가곡 “여인의 사랑 (Frauenliebe)”을 소프라노 김샤론, 소프라노 김은미, 메조소프라노 김지선이 나누어 연주하였다. “여인의 사랑”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가 1830년에 지은 9개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으로 시의 내용은 남편을 향한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리며, 둘의 첫 만남과 결혼, 출산에 이어 사별에 이르는 내용이다. 연가곡을 세 명이 나누어 연주하다보니 연속성이나 집중도에서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3인 3색의 각기 다른 매력으로 듣는 연가곡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를 본 후 나는 눈이 먼 것 같아
어디를 바라봐도 그 사람만 보여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처럼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중략)
그를 본 후 나는 눈이 먼 것 같아”


연가곡의 첫 소절로 연인을 처음 봤을 때의 황홀함을 담고 있다. 소프라노 김샤론은 첫 만남의 설렘과 흥분을 가벼운 소리와 특유의 호흡과 표정으로 표현하였다. 소프라노 김은미는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절정 부분을 성숙한 표현으로 노래했는데, 특히 “나를 도와줘요, 자매들이여! (Helft mir, ihr Schwestern!)”에서는 결혼식을 앞둔 신부의 기쁨과 벅찬 심정을 명확한 딕션과 세련된 자음처리로 노래하며 반주부의 경쾌한 꾸밈음이 더해져 연가곡의 절정으로 치닫는듯했다. 이어지는 메조소프라노 김지선은 풍부한 중저음으로 여인에서 어머니로 변모한 모성애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주인공의 비탄을 노래했다. 남편과 사별의 고통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어울렸다. 이 연가곡과 같은 시를 토대로 한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9개의 시 중 8곡만 작곡하였는데 이에 비해 뢰베는 9개 모든 시에 곡을 붙였다. 슈만은 마지막 8번째 곡의 후반부를 1번곡 전주 부분을 다시 인용하여 사랑을 추억하며, 변함없이 이어지는 영원한 사랑에 그 마침표를 찍지 않은 듯 마무리를 한 것에 비해 칼 뢰베는 마지막 곡 “멀어진 내 날들의 꿈을 (Traum der eignen Tag)”을 통해 백발이 된 여인이 슬하의 자녀들에게 함께했던 사랑하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편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삶도 끝난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끼지만 그녀의 추억 속에서 그 사랑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멀어진 내 날들의 꿈을,
내 딸아, 사랑스런 아이야,
염포로 고단한 몸을 덮기 전에 간직해다오.
네 젊은 인생에 내 축복의 말을 간직해라.
네 마음이 미어지더라도, 용기는 변하지마라,
사랑의 고통은 너의 최고의 재산이다.”


프랑스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곡 “사랑의 찬가(L’Hymne a l’amour)”에서처럼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고통스러워도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고 진정 생명력을 가지는 게 아닐까.
한국독일가곡연구회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연주회장에서 만난 지인들과의 즐겁고 뜨거운 뒷풀이 자리로 추운 겨울밤을 장식했다.



글 Vely Chung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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