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겐츠 페스티벌 화제작, 베르디의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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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독자 리뷰 [봄뫼]
2020 / 메가박스의 유니텔 오페라 관람평


브레겐츠 페스티벌 베르디의 [리골레토]



주세페 베르디 / 리골레토(전 3막)
대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
지휘: 엔리케 마졸라(Enrique Mazzola)
연출: 필립 슈톨츨(Philipp Stolzl)
출연: 블라드미르 스토야노프(Vladimir Stoyanov / Br 리골레토 역), 스테판 코스텔로(Stephen Costello / T 만토바 공작 역), 멜리사 쁘띠(Melissa Petit / S 질다 역), 미클로스 세베슈첸(Miklos Sebestyen / Bs 스파라푸칠레 역), 카트린 분드삼(Katrin Wundsam / Ms 막달레나& 조반나 역), 볼프강 슈테판 슈바이거(Wolfgang Stefan Schwaiger / Br 마룰로 역), 파울 슈바이네스터(Paul Schweinester / T 보르사 역), 조르지 엘레자(Jorge Eleazar / Bs 체프라노 백작 역), 레오니 르노(Leonie Renaud / Ms 체프라노 백작 부인 역), 김현덕(T 시종 역)
스탭: 필립 슈톨츨&헤이케 볼머(무대디자인), 케이티 마우어(의상디자인). 게오르그 베이트&필립 슈톨츨(조명디자인), 알윈 보쉬&게르노 괴겔(음향디자인)
빈 심포니, 브레겐츠 페스티벌 합창단,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
2019년 7월 17일 브레겐츠 호상무대 실황

코로나 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발렌티나 리시타(Pf)의 공연 이후 거의 집에 칩거하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빈 슈타츠오퍼에서 제공해 주는 아카이브 필름을 컴퓨터로 보고 있었다. 하도 후기를 쓰지 않다 보니 게을러져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페라 후기를 쓰려고 놓아두고 쓰지 못한 것이 대여셧 편이나 있지만 그래도 이건 당일에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다른 건 일단 제쳐두고 후기를 쓰려고 마음 먹었다.

올들어 두 번째로 보는 메가박스에서의 유니텔 오페라 관람이다. 1월의 첫 관람 뒤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미뤄지는 바람에 예년의 이 즈음이라면 이미 서너 번째쯤의 관람일 텐데 올해에는 공연장에서의 공연뿐 아니라 메가박스에서의 시네마 오페라의 관람도 대폭 미뤄지게 되어 이제서야 두 번째로 메가박스를 찾았다. 이날 관람한 작품은 지난해 7월,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베르디의 [리골레토]다. 이 공연도 사진으로는 익히 보았던 작품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관람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역시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공연에서는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지는 창의적인 무대 구성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가게 된다. 이번 공연은 필립 슈톨츨이라는 독일의 영화감독이 연출과 무대다자인을 맡았는데, 호수 위에 세 개의 원형 무대를 띄워 놓았는데, 모두 정면을 향해 기울어져 있고 중앙의 무대는 좌우의 무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컸다. 무대 위로는 광대의 모습을 한 무대 다자인이 눈길을 끌었는데, 중앙에는 광대의 머리를, 죄우에는 각각 손을 배치해 놓았다. 그런데 이 광대의 머리와 손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극이 진행됨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 광대 모형의 무대디자인은 만토바 백작이 서커스단의 주인으로 설정된 이 무대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극중 광대 역할로 나오는 주인공 리골레토의 변화되는 상황과 정서를 이 인형의 모습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2019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리골레토]의 무대 디자인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2019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리골레토]의 무대 디자인


또 놀라운 것은 양쪽 무대에 배치된 손 모양의 무대 장치였는데, 이 손들 역시 움직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무대 하수 방향의 손 모형은 기본적으로 질다와 리골레토가 사는 집으로, 무대 상수 방향의 손 모형은 스파라푸칠레의 집으로 사용되지만 다른 공간으로 전용되기도 한다.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질다가 숨어지내는 집으로 설정된 무대 하수 방향의 손 모형


상수 방향의 손에는 애드벌룬이 들려져 있는데, 이 애드벌룬은 질다가 괄티에르 말데라는 학생으로 위장한 만토바 공작과 사랑에 빠져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부르는 1막의 아리아 '그리운 이름은'을 부를 때와 3막에서 만토바 공작 대신 죽은 뒤에 하늘나라로 가는 장면을 연출할 때 타고 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데 질다 역을 맡은 멜리사 쁘띠(S)는 지상에서 내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사진=케빈앤컴퍼니 홈페이지] 질다 역의 멜리사 쁘티(S)가 애드벌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무대 중앙의 인형 머리는 처음엔 정수리 부분이 열리고 입도 벌어지면서 그 안팎의 공간을 가수와 배우들이 활용하게 되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아무도 몰래 사랑하는 외동딸을 숨겨놓았던 리골레토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만토바 공작과 그 수하들에게 딸을 뺏기고 급기야는 딸을 잃게 되는 스토리가 진행되며 눈알도 빠지고 코도 떨어지며 흉칙한 몰골로 변하게 되는데, 그 흉칙한 광대 인형의 모습과 광대인 리골레토의 심리가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을 했다. 즉, 무대 인형의 모습이 리골레토가 처한 상황과 심리를 상징하도록 구성했다는 것인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연결이었다. 인형의 정수리 위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만토바 공작뿐인데, 이것 역시 만토바 공작은 리골레토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리골레토를 농락하고 있는 상황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꼭대기에서 부르는 '여자의 마음'은 노래가 불리는 그 위치 때문에도 매우 호기롭게 들리게 된다.

만토바 공작을 서커스단의 운영자로 설정한 탓에 동물들의 모습을 한 연기자들이나 저글링 등의 묘기를 하는 연기자들이 출연하여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 준 점도 이 공연의 장점이 아니었던가 싶다.

[사진=케빈앤컴퍼니 홈페이지] 만토바 공작이 운영하는 서커스단의 연기자들

[사진=케빈앤컴퍼니 홈페이지] 2막에서 만토바 공작이 질다를 만나는 사이 만토바 공작의 부하들이 지붕 위에서 납치할 기회를 엿보는 장면


사실 이 공연에 출연한 가수들 가운데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한 명 있었는데 시종 역으로 출연한 김현덕(T)이다. 요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빈 슈타츠오퍼에서는 거의 하루에 한 편 정도의 오페라를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상영해 주고 있는데, 그 오페라 공연들에서 한국인 가수를 만나는 것은 그리 드물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을 제외하고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계 가수들을 만나기는 정말 드문 일이어서 세계 오페라계에서 한국인 가수들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작품에 출연한 김현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주역급 가수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역으로 출연한 가수들은 하나 같이 연기며 노래가 모두 수준급이었다. 질다를 노래한 멜리사 쁘띠(S)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지상으로부터 족히 10m는 될 법한 높이에서도 흔들림 없이 아리아를 불러준 점이 인상 깊었다. 만토바 공작 역의 스테판 코스텔로(T)는 레제로 테너의 전형을 보여준 날카롭고 깨끗한 소리가 좋았으며, 특히 2막의 '여자의 마음'보다는 3막에서 부른 '여자의 마음'이 더 좋았다.

[사진=케빈앤컴퍼니 홈페이지] 1막에서 학생으로 위장한 만토바 백작이 질다에게 구애하는 장면


타이틀롤인 리골레토 역의 블라드미르 스토야노프(B)는 극중 내내 분장을 해서 얼굴 표정을 정확히 읽기는 어려웠으나 2막에서 사라진 딸을 찾는 애타는 부정을 노래한 '대신들이여'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즐겁게 웃는 척을 하다가 질다를 만토바 공작이 납치한 것을 느낀 뒤로는 애절하게 호소를 하는 감정의 기복을 잘 표현해 주었으며, 이후에도 스파라푸칠레와 거래를 하며 부르는 어두운 분위기의 아리아와 질다와 부르는 이중창이 귀에 잘 들어왔다. 잔혹한 킬러 스파라푸칠레 역의 미클로스 세베슈첸(Bs)도 무난했으나 막달레나 역의 카트린 분드삼(Ms)은 노래에서 묻어나는, 질다와 대조되는 다소 천박한 매력이 좀 아쉬웠다.

[사진=케빈앤컴퍼니 홈페이지] 리골레토 역의 블라디미르 스토야노프(Br 왼쪽)와 스파라푸칠레 역의 마클로스 세베슈첸(Bs 오른쪽)


무대 연출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보아야 할 작품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무대 구성이 빼어난 공연이었다. 창의적이면서도 매우 효율적이고 상징적인 무대 구성이 강한 인상을 남긴 공연이었다. 참, 엔리케 마졸라가 지휘한 빈 심포니의 연주도 훌륭했다.



글 봄뫼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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