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 개구쟁이와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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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 앙상블 [개구쟁이와 마법]


2020.7월17,18,19일 구로아트밸리


이미 지난달 스테이지에서 다룬 서울오페라 앙상블의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이 어느덧 준비를 마치고 구로아트밸리에서 무사히 공연을 시작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과연 공연을 직접 관람할 수 있을까 많은 우려도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방역을 염두해 극장 측의 한 칸씩 띄어 앉게 좌석 배치와 1시간 일찍 도착해달라는 공지에 따라 조금 일찍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주말을 맞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들뜬 모습으로 관람준비를 하고 있었고 극장관계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여전한 사회적 상황을 상기시켰다.

라벨의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개인적으로 이태리유학 시절 은사님께서 출연하여 발매하신 음반으로 접하여 익숙하기도 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공연이 올려지다니 반가운 마음이 크다. 오늘 공연은 한국어로 각색했다고 들었는데 지난번 카를오프의 [달] 작품에서도 인정받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번뜩이는 젊은 여성연출가 장누리의 연출력이 기대되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우나이 우레초 지휘에 따라 다소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였다. 다양한 소리를 표현해야 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작은 규모에서 모두 소화하는 걸 보니 오케스트라 한명 한명의 연주자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 되어졌다. 일단 커다란 책으로 표현된 개구쟁이의 무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말로 하는 오페라답게 개구쟁이 역의 소프라노 정시영은 태권도 복장으로 영락없는 우리네 말썽쟁이 어린이로 분장해있었다.

시크한 엄마역의 메조소프라노 신현선의 등장에 갈등이 시작되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어떻게 100년전 라벨의 작품과 신문명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지 놀라웠다. 그러나 이정도로 놀라기에는 아직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작품이었다. 무대장치로만 보여졌던 소파와 미니텐트가 움직이며 일어서 노래하는데 미리 전날 라이브로 보았던 장면이었지만 또다시 깜짝 놀라버려 스스로 웃고 말았다. 소파역의 베이스 김준빈과 미니텐트역의 소프라노 김은미의 능청스런 연기와 개구쟁이 방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마법을 아주 임팩트있게 시작했다. 숨돌리를 틈 없이 이어지는 마법들...벽에서 튀어나오는 시침이 빠져 화가 난 괘종시계, 중국어책과 영어책의 한판 대결에 왜 이렇게 사물들이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는지는 개구쟁이가 선풍기를 던져버려 망가뜨리면서 확실히 알게 된다. 개구쟁이가 쓰는 사물들을 모두 소중히 다루어지지 않고 필요에 따라 기분에 따라 버려지고 다치고 있었던 것이다.

선풍기를 던지는 순간 나타난 소프라노 윤성회의 칼날같이 날카롭고 살아있는 듯이 경쾌하게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음성이 마치 무협영화의 비바람을 연상케 하였다. 원작에서는 불꽃인 것을 이시대 아이들의 방에 있을수 없는 벽난로를 계절에 맞게 선풍기 바람으로 각색한 기발한 장면중 하나일 듯 싶다. 아이가 점점 주변에서 일어나는 마법을 두려워하기 시작하자 벽에서는 아이가 찢어버려 고통받던 벽지 속의 인디언들이 누더기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벽지 속의 인디언들은 아이를 떠나야 해서 여전히 마음이 아픈가보다. 아이를 모두가 미워만하는 것은 아닌 듯.... 누구나 사랑했던 추억의 물건들이 있듯이 이번에는 개구쟁이가 지켜주고싶어했던 공주인형이 나타나 지난날 아름다운 추억을 되내이지만 지켜낼수 없었던 개구쟁이와 나약함에 주저않고 만다.

소프라노 이소연은 좀 전까지만해도 모두와 함께 인디언합창을 하고있었는데 어느새 공주로 완벽히 변하여 등장하였다. 아련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를 잘 소화하며 극의 감정선을 잘 끌어올렸다.

아이가 감정에 빠져있는건 잠시 현실속에 공부에대한 압박감이 그를 누른다. 수학선생님으로 분한 테너 석승권이 강력한 인상으로 등장하여 다그친다. 그런데...이상하다 구구단을 외치는데 구구단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구구단이 아니다. 그래서그런지 개구쟁이는 시종일관 이상하다는 얼굴로 수학선생과 그의 수하들에게 따지려고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다.

어려운 수학시간을 끝내고 지친 아이에게 소프라노 김은미를 필두로한 고양이들이 다가온다.

머리를 싸매고있는 개구쟁이를 고양이들이 감싸고 위로한다. 하얀고양이 소프라노 김은미를 따라들어온 검은고양이 바리톤 김태성의 고양이는 다른 가사없이 야옹 이라는 하나의 가사로 여러 가지 표현을 했다. 고양이연기잘들과 잘 어우러져 이 둘 고양이의 캐미가 유쾌했다. 고양이들의 등장은 단순히 마법으로 끝나지 않고 무대전환으로 이루어져 아이를 바깥 놀이터로 이끌어낸다.

그곳에는 나방 잠자리 나무 개구리등 아이가 괴롭히던 바깥 곤충들과 동물들이 아이를 기다리고 원망하듯 개구쟁이를 나무란다. 아이가 장난감으로 여겨 데려간 잠자리 나방이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친구인 것을 깨우쳐주고 이때 다람쥐가 쇠로 만든 우리를 들고나와 개구리에게 도망가라고 재촉한다. 개구리는 걱정말라고 자기는 혼자 잘살아오기 때문에 그런 일 없다고 여유있게 도망가버린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다람쥐에게 개구쟁이가 다가와 철장에 너를 가둔이유는 너가 귀여워서 가까이 보고싶어서였다고 고백하는데 다람쥐는 자유롭고싶다고 말하며 절규한다. 이어지는 합창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나와 아이를 둘러싸고 공격하다 실수로 개구쟁이대신 다람쥐를 때리고 만다. 쓰러진 다람쥐에 놀란 동물들이 도망간 사이 개구쟁이가 다람쥐를 치료해주고 지쳐 쓰러진다. 동물들이 자신들이 너무했다며 아이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깨어난다. 한여름밤의 꿈인 듯 깨어난 개구쟁이에게 일하고 들어온 엄마는 숙제는 했냐며 물으며 개구쟁이와 마법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1시간 조금 안되는 짧은 시간에 각 배역들은 3~4개의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의상갈아입을 시간은 어떻게 주어졌는지 놀라울 정도로 객석에서 보기엔 바빴을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는 가수들이 연기자로도 보일만큼 연습량이 대단했을 것 같다. 그저 흥미롭게만 보기엔 구석구석 현대우리사회의 문제점과 관계에 있어서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다루고 있었다.

일방통행인 애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구속감을 들게 하고 대화가 단절되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가정속에서 사랑을 표현할줄 몰라 남들을 다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들은 현대 우리사회의 문제점의 해결점은 결국 가정에서 시작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짚어주고 있었다.


가족오페라라고 해서 어린이들에게만 유효할 줄알았던 메시지가 뜻밖의 큰 울림으로 다가와 돌아오는 내내 깊은 생각을 하게하는 오페라였다.

런닝타임은 짧았지만 긴시간 생각하게 만드는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이시대에 100년전 라벨이 우리에게 경고한 우리의 시대상이 아니었나 싶으며 이렇게 준비가 잘된 오페라는 계속 되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글을 마무리 하려고한다.

글 발행인 박경준
buonart@naver.com
Photo by 강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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