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성악 연주회 중에서 우리 가곡이 주를 이루는 연주회를 찾기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여기 우리 가곡을 보존하고 지키며 지속적으로 아름다운 우리 언어로 된 시에 우리 정서에 맞는 멜로디를 맞추어 새로운 곡들을 발표하는 단체 한국예술가곡보존회의 14회 정기연주회가 깊어가는 가을날 밤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예술가곡이 홍난파의 기악곡이 봉선화로 탄생되어 100년이 된 뜻깊은 이번 해이지만 유독 전반적인 예술공연계의 코로나로 인한 침체가 다시금 불타오르려던 한국가곡의 바람을 잠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늘 모인 자리에는 연주자는 물론이고 작곡가와 작사가 그리고 관객들까지 모두 한국가곡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듯하였다. 그 흔한 음악회지각생도 없었을뿐더러 시종일관 모두가 아름다운 우리 시와 멜로디에 흠뻑 취한 듯 보였다.

김재규 한국예술가곡보존회 회장의 진행으로 연주회가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흔하게 보이는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과 아름다운 자태의 여성 해설자의 어색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려는 불편함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친근하여 편안하게 음악회로 인도하였다. 오늘 이 프로그램은 귀에 익숙한 곡들과 그렇지 않은 곡들이 적적히 잘 섞여 배치되었다. 늘 듣던 프로그램들의 그렇고 그런 한국가곡연주회가 아니었음은 연주자들의 연주자세에서 엿볼 수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만의 진지한 곡 해석으로 자기의 발성 테크닉에 잘 맞는 연주를 보여줬다.

노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상하게도 외국곡이 아닌 우리나라 가사로 된 곡을 외우고 익히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음악적으로 해석하고 표현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공을 들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연주한 연주자들은 본인의 기량을 십분 발휘한 것 같았다. 한국가곡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소프라노 임청화의 연주는 명불허전 그 에너지에 관객들은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바리톤 박경준의 웅장한 사운드는 IBK가 담기에 부족해 볼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두 가수의 가사는 정확하게 전달되어서 감동이 배가되었다. 특별히 소프라노 임청화의 단풍의 숙명과 바리톤 박경준의 홀로사랑이 인상적이었으며 테크닉적으로 조금 어렵겠지만 성악가들이 앞으로 즐겨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밖에 봉선화,선구자, 고향의 노래, 내맘의 강물, 얼굴, 가고파, 그리고 동심초같은 우리의 한국가곡의 교과서와 같은 노래들은 오늘 부른 성악가들의 기량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언제 어딘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였다.

오늘 프로그램은 이렇게 다양한 곡들로 엮어졌으며 연주한 성악가들도 다양하게 섭외가 되었다. 이시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악가부터 대학을 갓 졸업한 앳띈 신인 소프라노 그리고 머리가 백발이지만 소리만큼은 어느 젊은 성악가 못지않은 탄탄함으로 깜짝 놀라게 한 테너까지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가곡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봉선화와 그리운 금강산을 온 출연자와 관객들이 일어나 한마음으로 부를때는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그 내면에는 왠지모를 애절함과 뭉클함으로 함께 하였던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음악이 우리 음악인 것이 감사하다 느끼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