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철 & 김정원 듀오 리사이틀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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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정원 듀오 리사이틀 향수


프란츠 슈베르트 / 비밀 D.719

프란츠 슈베르트 / 웃음과 눈물 D.777

프란츠 슈베르트 / 봄에 대한 믿음 D.686

프란츠 슈베르트 / 송어 D.550

로베르트 슈만 / (미르테의 꽃)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이 op.25-24

로베르트 슈만 / (미르테의 꽃) 연꽃 op.25-7

로베르트 슈만 / 나의 장미 op.90-2

로베르트 슈만 / (미르테의 꽃) 헌정 op.25-1

요하네스 브람스 / 들녘의 고독 op.86-2

요하네스 브람스 / 5월의 밤 op.43-2

요하네스 브람스 / 여왕님은 그 얼마나 기쁨이신지 op.32-9

요하네스 브람스 / 너에게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op.32-2

인터미션​

휴고 볼프 / (미켈란젤로 가곡집) 1곡 내 지나간 날들을 종종 생각해 보네

휴고 볼프 / (미켈란젤로 가곡집) 2곡 창조된 만물이 끝을 맞으니

휴고 볼프 / (미켈란젤로 가곡집) 3곡 내 영혼은 창조주의 그 바라던 빛을 느끼는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내일 op.27-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나는 내 사랑을 품에 안고 op.32-1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밤 op.10-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만령절 op.10-8

김순애 / 사월의 노래

김순애 / 그대 있음에

나운영 / 가려나

김동진 / 가고파

(앵콜) 프란츠 슈베르트 / 밤과 꿈 D.827

(앵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헌사 op.10-1

(앵콜) 김성태 / 이별의 노래

연광철(Bs), 김정원(Pf)

연광철(Bs)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충주에서 공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에서 활동했더라면 십중팔구 설 무대가 없어 진작에 음악계를 떠났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으며 예술의전당에서 오랜만에 리사이틀을 가졌다. 이 공연은 무조건 봐야 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티켓 오픈 할 때 바로 들어가서 티켓을 샀는데, 원래 노리던 좌석에 이선좌가 뜨는 바람에 피아노 건반이 살짝 덜 보이는 바로 옆 자리로 예매를 했다. 직장에 차를 놓고 지하철로 예술의전당을 가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더 좋다. 공연이 끝나고 직장까지 태워 주시는 블로그 이웃분과 같은 공연을 가는 날이면 어느 틈엔가 이런 식의 루틴이 형성되어 이날도 차를 놓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음악당으로 이동했다. 티켓을 찾고 프로그램북을 구매하려고 했더니 이날은 특이하게도 티켓 창구 바로 옆에서 프로그램북을 팔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한 권 달라고 하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결제된 금액이 무려 10,000원. 금액이 맞는냐고 확인했더니 맞다는 대답이다. 프로그램북을 들춰보니 무광지에 고급스럽게 편집을 하기는 했지만 연주자 화보도 거의 없는, 광고 2쪽 포함 20쪽 짜리라 제작비가 많이 들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민간 기획사임을 감안해서 5,000원 정도 한다면 그런대로 납득을 하겠지만 그 두 배나 되는 가격을 책정한 것은 폭리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프로그램북은 자신들이 기획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책정해야지, 이처럼 프로그램북 가지고 장사를 하는 건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층 소파에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어 객석에 들어가니 무대에는 피아노 머리 부분에 커다란 화분이 하나 놓여 있고, 합창석 정면에는 스크린이 내려와 있었으며, 스크린 중앙에는 이날 공연의 부제인 향수(鄕愁)가 한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내 자리는 이날 공연의 가장 낮은 등급인 A석이었음에도 자리는 2층 C블럭 중앙이라 피아노 건반도 잘 보이는 좋은 자리였다. 잠시 앉아 프로그램북을 들춰보고 있으니 옆자리에 사자개님과 투제이님이 와서 앉아 깜짝 놀랐다. 이 분들이 내게 이선좌의 굴욕을 안겨준 장본인이었다.


옆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내 앞자리를 보니 의자 기증자 명패가 붙어 있는데, 놀랍게도 유재석이 기증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게, 자신의 이름 위에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객원단원'이라고 표기를 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11시 콘서트에서 앵콜을 연주할 때, 유재석이 코리안 심포니 단원으로 깜짝 출연해서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를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기념으로 예술의전당에 객석 의자를 하나 기증한 것 같았다. 이런 것 참 좋다.


이날 프로그램은 1부에서 슈베르트와 슈만, 브람스를, 2부에서는 볼프와 슈트라우스 등 독일 리트를 대표하는 모든 작곡가들을 망라해서 그들의 곡을 서너 곡씩 배치했고, 마지막 순서로는 한국 가곡을 역시 네 곡 선곡했다. 자연스레 6개 파트로 구분이 되어 듣기에 아주 좋았다. 독일 리트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슈베르트의 곡은 <송어>를 제외하고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선곡했는데, 전반적으로 밝고 무척 아름다운 선율들이었으나 곡들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소프라노나 테너의 목소리로 주로 들었던 <송어>와 베이스의 목소리로 듣는 <송어>는 그 맛이 달랐다. 슈만의 가곡은 모두 꽃과 관련된 노래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름다움과 서정이 넘치는 노래들이었다. 마지막 곡인 <헌정>은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했지만 이날 연광철의 노래는 유달리 감정선을 많이 건드린 연주라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브람스의 가곡은 언뜻 생각나는 게 <자장가> 밖에는 없을 정도로 브람스의 가곡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는데, 그가 이렇게 좋은 가곡들을 작곡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오월의 밤>은 특히 인상 깊었는데, 밤의 적막하면서도 신비로운 모습을 잘 담아 표현해 주었다. 연광철은 독일어 발음도 좋았거니와 노랫말에 잘 어울리는 담백한 정서를 잘 살려주어서 그의 노래를 격정적인 오페라 속 아리아로만 접했던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2부에서는 볼프와 슈트라우스가 먼저 연주되었다. 개인적으로 난 아직도 볼프의 노래는 여전히 좀 어렵다. 아무래도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별 멜로디가 없이 레치타티보처럼 불려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아마 내가 독일어를 아주 잘 한다면 레치타티보처럼 읊조리는 가사의 미묘한 어감을 받아들일 수 있어 볼프의 가곡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아무래도 내게 볼프는 잘 다가서기 어려운 감이 있다. 슈베르트와 슈만에서 잘 알려진 곡을 마지막에 배치했던 것과 달리 연광철은 슈트라우스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곡을 첫 순서에 배치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내일>은 좀 생소하게 들렸는데, 그것은 이날 연광철의 연주가 대체로 빠르기를 느리게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날 연광철은 전체적으로 템포를 느리게 가져간 곡이 많았고 그러면서 곡에 담긴 정서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는데, 베이스의 음역에서는 표현하기가 까다로운, 피아니시모를 가늘고 길게 내는 표현을 통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리 가곡에서 연주자와 관객과의 소통은 절정을 이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월의 노래>는 절창이었다. 난 이 노래를 고 오현명(Bs)의 노래로 자주 들었기 때문에 이 노래에서 베이스의 소리가 낯설지 않은데, 자연스레 생전에 단 한 번 이야기를 나눠봤던 오현명 선생의 모습도 떠올랐다. 특히 '빛나는 꿈의 계절아'하는 부분에서의 피아니시시모는 가슴을 후벼파는 무엇이 있었다. 김순애의 <그대 있음에>는 김청자(Ms)나 백남옥(Ms)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주로 메조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들었던 곡이었지만 베이스로 들으니 또 색다른 기분이었다. 나운영의 <가려나>는 내가 무척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내 기억에 의하면 이 곡은 나운영의 데뷔작으로 10대 후반의 나이에 쓴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이 곡은 마지막 부분 '아파라'가 반복되는 부분의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인데 연광철은 그 앞부분에서 가사를 실수하여 '기쁨'과 '설움'을 바꿔 부르는 바람에 전체적인 시의 맥락이 꼬여버린 것이 옥의 티였다. 김동진의 <가고파>는 뭐 워낙 명곡이라…….


모든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자 연광철과 김정원은 세 곡을 앵콜로 들려주었다. 슈베르트의 <밤과 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 가곡인데, 이 곡 역시 템포를 상당히 느리게 가져감으로써 다른 연주와 차별성을 꾀했는데, 처음에는 다른 곡인 줄 알았다. 두 번째 곡은 슈트라우스의 곡으로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꽤 좋았다. 마지막은 이 곡이 마지막이라는 걸 암시하듯 김성태의 <이별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 곡은 첫 구절인 '기러기 울어 예는'하는 부분부터 감정을 흔들어 놓았다.

이날 참 좋았던 것이 공연 내내 무대 뒤 스크린에 노래의 곡명과 가사를 띄워주었다는 점인데, 특히 그 가사를 스크린 하단에 한 줄로 간결하게 띄워서 크게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았다. 보통은 단순히 가독성만을 생각해서 중앙에 큰 글씨로 띄우지만 그럴 경우, 지나치게 큰 글씨로 인해 연주자에게로 눈이 가지 않고 스크린에 시야를 빼앗기게 되며, 특히 가사가 바뀔 때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앞서 프로그램북 장사를 한다고 기획사를 비난했는데, 이런 점에서는 기획사가 공연 준비를 참 잘 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서 공연 자체가 너무나 훌륭해서 이날 공연의 여운은 길게 갈 것 같다.

글 사진 봄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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