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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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공연리뷰- 창작오페라“순이삼촌”
2020.11.7.(토) PM5:00 제주아트센터

순이삼촌 공연 포스터 연출,대본,주역 1인 3역의 소프라노강혜명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오페라로 지난 6월 미리 선보인 갈라콘서트에서 그 기대감을 높였던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이 코로나로 인하여 여러차례 일정을 바꾸다가 드디어 11월 7~8일 양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그 막을 올렸다.
사실 제주에서 일어난 처절한 우리의 역사를 들어보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순이삼촌이라는 오페라라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만큼이나 제주 4.3사건은 비밀에 부쳐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오페라를 계기로 그 억울한 이야기와 사실이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감상하게되었다.

현기영작가 헌정곡 “그날의 기억” 테너 이정원

우선 제주아트센터의 규모는 서울의 어느 대극장에 못지않을 정도로 웅장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띄어 앉기로 객석의 반도 못 채우는 실정이지만 관객들의 기대와 집중력은 그 큰 대극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제주 4.3소설 ‘순이삼촌’의 원작자 현기영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오페라는 일반 오페라의 서곡과는 다르게 그날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테너 이정원이 열창하였다. 현기영헌정의 이 곡은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듯한 애절한 가사에 테너이정원의 호소력 넘치는 음성이 극적인 멜로디로 치닫으며 극의 몰입도를 상승시켜주었다. 이날 테너 이정원은 이 곡만을 위하여 짧은 출연을 하였지만 풍성한 성량과 정확한 가사전달로 큰 박수를 받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예나제나 죽은 마을, 다시 이곳에” 상수역 테너 김주완

테너 김주완이 상수역으로 짧은 나레이션에 이어 “예나제나 죽은마을“ 이라는 아리아로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극으로 빠져든다. 테너 김주완은 야무지고 탄탄한 발성에 감정이 충만한 그의 아리아는 한순간에 어린시절 제주 4.3을 겪어 자라다 타지생활을 하다 한참 뒤 고향에 다시 돌아온 상수의 마음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현실로 도피를 하다시피 살아가는 현대인인 우리의 모습이 상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연스레 무대 한켠에 초가집에 모인 가족들은 다름 아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인 가족이다. 대화를 살펴보며 한날 동네에 많은 제사가 있는 것이 한날 한시에 죽음을 당한 역사적이 배경이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엣세반공, 우리가 이 땅의 주역”고모부역 베이스 바리톤 양석진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집안어른들의 언쟁중 나오는 ”역사는 우리에게”은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역사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테너 김주완 김광진 베이스 바리톤 양석진 바리톤 정용택의 앙상블은 각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필요한 죽음”과 “무고한 희생”이 첨예하게 갈등한다.


바리톤 정용택의 부드러운 음색은 날카로운 주제의 성격을 중화시키면서 감정에 호소하기 충분하였고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은 서북청년단 군인출신의 능청스런 연기에 고집불통의 목소리까지 표현하면서 캐릭터를 완벽재현하였다.


“죽어도 벌써 죽었을 사람” 큰 아버지역 바리톤 정용택

이어지는 “기억의 상처”는 테너 김주완 김광진의 애절한 듀엣에 이어 소프라노 강혜명 김수진 김예온의 연기와 노래로 순이삼촌으로 분한 강혜명이 환청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날의 기억이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남겨져 있음을 표현하였다.

“기억의 상처” 테너 김주완 김광진
극은 본격적으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어느 초가집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할망으로 분장한 소프라노 정유미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잘 몰랐으며 연기자인 줄 깜빡 속을 정도로 몸짓이며 말투며 딱 그냥 제주할머니였다. 순이삼촌 강혜명과의 중창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고”로 시종일관 역할에 몰입하는 정유미의 연기와 노래가 이 장면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고” 순이삼촌 강혜명 할머니 정유미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이별의 테마”는 앞으로의 그들의 운명을 예견하는 듯 장엄미사같은 느낌으로 울려퍼졌고 “1948년 북촌의 그날“은 군인들과 두려움에 떨고있는 제주도민들을 그리며 바야흐로 극을 최고조로 긴장시켰다.


“오라, 피의 굶주린 목숨들이여” 장교역의 바리톤 박경준

이어 등장한 장교역의 바리톤 박경준은 멀리서 걸어오는 등장만으로 청중을 압도시켰다. 마구 소리지르며 윽박지를 것같은 예상과는 빗나게 오히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협박하는 그의 연기가 소름끼칠정도로 무서웠으며 아리아 ”오라! 피에 굶주린 목숨들이여”에서는 웅장한 목소리로 객석을 가득 채우며 앉아있는 관객들에게도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곡의 마지막 “빨갱이 사냥을 시작하자~“라는 대목으로 끝나는 이 아리아는 음악적으로만으로 본다면 박수를 받기 충분한 완벽한 아리아였지만 워낙 내용과 연기가 끔직한 현실이라 말문이 막혀 박수가 오히려 이 아리아와 극을 해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장교가 동네 아낙을 범하는 장면

군인가족들과 도민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장교가 동네 아낙을 범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도 그 분노가 함께 쌓이면서 결국 동네아낙이 품에 안고 있던 아기와 함께 죽어나가자 한숨과 탄식이 객석에서 쏟아져나왔다.
평소무대에서는 보기힘든 한국말 대사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장교역의 바리톤 박경준의 모습은 그야말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임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살아시난 다 살아진다” 할머니 역 소프라노 정유미

뒤이은 교실에 모인 사람들속에 ”살아시난 다 살아진다“를 부르는 소프라노 정유미의 노래가 왜이리 마음을 헤짚어놓는지 이미 객석의 곳곳에서는 울음바다가 되고 있었다. 피투성이의 순이삼촌의 처절한 모습에 이 아리아는 더욱더 감정의 깊이를 배가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소프라노 정유미의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흔들리지않는 소리는 그녀의 폭넓은 음역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밀물현대무용단

아이들 무덤가에서 부르는 순이삼촌 소프라노 강혜명의 ”웡이자랑”은 제주도 방언이지만 우리의 기억속에 그리고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품속을 생각나게하는 자장가인데 아이들을 죽음앞에 자장가를 부를 수밖에 없는 어미의 마음을 그 무슨 노래보다도 절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무용단의 몸짓은 순이삼촌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듯 우리를 몽환속으로 이끌었고 혼란스럽고 괴로운 그녀의 마음을 공감하게 해준다.
계속해서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효과를 더했다.

“휘어 퍼포먼스”의 문석범과 “살풀이”박연술

순이삼촌의 자살에 휘어 퍼포먼스와 살풀이로 이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을 보는 시종일관 불과 70여년전의 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참담하였으며 그 자리에 있던 객석에는 유가족들이 함께 하여 현장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수들에게 응원의 의미로 보내는 박수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경건하였다. 계속 터지는 탄식과 한숨, 서러움에 복받친 울음은 단지 객석에서만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얘기로는 정인혁지휘자 또한 공연뿐 아니라 이미 리허설 단계에서 눈물을 흘리며 작품에 임하였으며 분장을 맡은 이정수대표 또한 분장체크하러 본 리허설에서 눈물이 터져 나와 극중 어린 상수역의 아역을 분장할 때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고 이야기하였다.

할머니역의 소프라노 정유미는 할머니역을 소화하기 위해 캐릭터에 집중하여 평소에도 다리를 절고 허리를 숙이고 연습에 연습을 하며 힘이 들긴 하였지만 제주4.3.을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극 중 악역으로 객석의 탄식을 자아냈던 장교역의 바리톤 박경준 또한 순이삼촌의 원작을 찾아 읽고 또 읽으며 이 시대적인 배경에 더욱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더라며 우리 역사 바로 알기의 소중함을 역설하였고 본의와는 다르게 악독하게 연기 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악몽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다고 했다.

순이삼촌 소프라노 강혜명

서양의 오페라라는 형식에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순이삼촌은 한국적인 정서와 멜로디 그리고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들의 풍성한 배합으로 190여명의 대규모 출연자와 4막의 그랜드 오페라로 완성되었다.
오늘 순이삼촌역으로 열연하기도 하였고 1인3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강혜명 예술 총감독의 노고가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하다.

순이삼촌 소프라노 강혜명

소프라노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던 그녀의 안목과 노하우가 제주사랑의 애향심과 더해져 오늘 순이삼촌과 같은 품격높은 한국창작오페라를 탄생시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립제주예술단(교향악단 지휘:정인혁, 합창단), 극단 가람, 밀물현대무용단, 어린이클럽 노래하자 춤추자(지도: 이미지), 제주 4.3평화합창단이 대거 출연하는 대형오페라로 보기드믄 스케일로 압도한다.

지휘자 정인혁 작곡가 최정훈

물론 160분여의 긴 런닝타임을 해결하고 좀 더 간결하게 드라마를 연결했으면 하는 몇 가지들만 극복한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4.3의 문제들을 알리고 해결하는데 앞장서는데 일조할 오페라계의 보석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제주를 시작으로 서울과 우리나라 방방곡곡 더 나아가 세계에 무대에서도 순이삼촌을 볼 수 있도록 바라며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데 전 국민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주특별자치 도립 제주예술단 합창단과 제주 4.3평화합창단


원작 “순이삼촌” 현기영작가

어린이클럽 “노래하자 춤추자”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지도 이미지선생님)



Gloria Kim
사진 강희갑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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