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획전 라 보엠


go BBStar Magazine Menugo Stage Magazine Menugo Stage Vol.18






코로나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공연감상
2020 / 라 보엠 - 유니텔 오페라

라 보엠(전 4막) / 유니텔오페라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획전​
​2020년 12월 6일(일) 14:00~16:20
메가박스 코엑스 더부티크 105호 K열 4번 / 초대(케빈앤컴퍼니)
작곡: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대본: 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
지휘: 다니엘레 가티(Daniele Gatti)
연출: 다미아노 미켈레토(Damiano Michieletto)

출연: 표트르 베찰라(Piotr Beczala / T 로돌포),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 / S 미미), 마시모 카발레티(Massimo Cavalletti / Br 마르첼로), 니노 마차이제(Nino Machaidze / S 무제타), 알레시오 알두이니(Alessio arduini / Br 쇼나르), 카를로 콜롬바라(Carlo Colrombara / Bs 콜리네), 다비드 페르시니(Davede Fersini / Bs 베누아), 페터 칼만(Peter Kalman / Bs 알친도르), 파울 슈바이네스터(Paul Schweinester / T 파피뇰)

연주: 빈 필하모닉,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잘츠부르크 축제극장 어린이합창단

2012년 8월 2일, 잘츠부르크 대축전극장 실황

오랜만에 보는 유니텔 오페라인데 이번 작품도 역시 코비드로 인해 올해 공연이 거의 없었던 탓에 과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던 작품 가운데 화제작을 선별한 공연이다. 최근에는 시설이 좋은 성수점으로 많이 다녔는데 이날은 교통이 좋은 코엑스점으로 갔다. 상영시간 10분 전에 입장하니 먼저 들어와 있는 관객이 단 두 명 밖에 없어 깜짝 놀랐다. 확실히 어딜 가나 관객들이 적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들어간 이후에 입장한 관객들이 있어 최종 관람 인원은 14명이었다. 원래 코엑스점은 비교적 관객들이 많이 찾는 곳임에도 이런 형편이니 다른 곳은 더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요즘 같은 때가 코로나 감염 걱정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스틸컷을 보고는 가장 궁금했던 것이 무대와 연출이었다. 밝은 톤의 지도와 미니어처 등이 눈에 띄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1막에서, 대부분의 공연들에서는 로돌포와 친구들의 집을 옥탑방 정도로 설정을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반대로 반지하방처럼 설정을 하고 밖으로 나갈 때에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설정을 했다. 외국에는 반지하방이라는 것이 없다는데 어떻게 이런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1막에서 또하나 재미있는 것이 육교처럼 무대 뒷면을 가로지르는 구조물 아래 부분은 마치 유리창에 김이 서린 것처럼 영상을 투영하고 그 유리 안에서 손으로 MIMI라는 글자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1막에서는 글씨만 쓰고 말지만 4막에서는 글씨를 쓰고 그걸 다시 지워버림으로써 미미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사진= 메가박스 홈페이지] 1막에서 모무스 카페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간 로돌포와 미미


2막의 모무스 카페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밝고 유쾌한 지점인데, 이 공연에서는 카페의 실제적인 모습을 재현하지 않고 무대 뒷면과 바닥에는 파리 시내 지도를 그려놓고 그 위에 당대 유럽의 거주용 건축물들의 미니어처를 놓았다. 건물 미니어처 일부는 가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지붕의 일부를 의자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가수들이 그 미니어처 위에 앉으면 마치 그런 건물들이 있는 공간에 이들이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2막 중간에 잠시 나오지만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는 장난감 장수 파피뇰은 독특하게도 스파이더맨과 유사한 복장으로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으로 날아오도록 연출되어 특별히 눈길을 끌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3막의 국경 지대는 급격한 경사의 도로 옆에 푸드트럭을 놓고 마르첼로와 무제타가 거주하는 공간은 아예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 무대도 참신하고 좋았다. 4막에서는 다시 1막의 무대로 돌아가지만 1막보다도 더 정돈되지 않고 마치 노숙자들이 사는 공간처럼 표현했는데, 그만큼 이들의 형편이 더 곤궁해졌음을 의미하는 장치라 납득이 갔다.

2막 모무스 카페 앞에 파피뇰이 장난감을 가지고 나타나는 장면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오페라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제 아무리 연출이 참신하고 무대가 파격적이더라도 가수들이나 오케스트라 연주가 좋지 않으면 실패한 작품인데, 이 공연에서는 두 주역 가수들의 노래가 상당히 좋았다. 특히 미미 역의 안나 네트렙코(S)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모습이라 예전처럼 날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이 덜 불어난 모습이라 보기에 나쁘지 않았고 노래는 아주 훌륭했다. 표트르 베찰라(T)의 로돌포도 나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베찰라의 외모가 내가 생각하는 로돌포의 이미지와는 덜 어울려서 감정이 잘 몰입되지 않았다.


무제타 역의 니노 마차이제(S)

역시나 1막 '그대의 찬손'부터 1막의 마지막 2중창 '사랑스런 아가씨'로 이어지는 아리아들이 심금을 울릴 정도로 훌륭했다. 네트렙코가 4막에서 부른 미미의 마지막 아리아 '모두 가버렸나요'는 절절한 감정이 넘치는 절창이었다. 무제타 역의 니노 마차이제(S)의 연기와 노래도 무척 좋았다. 마차이제는 처음 보는 가수인데 2막의 유명한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거리를 걸으면'을 아주 매력 넘치게 소화해 주었다. 이들 세 명의 가수와 마르첼로가 가세하여 3막의 마지막에 부르는 4중창 '안녕, 사랑을 가르쳐주신 분이여'는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멋진 곡이었다.

[사진=케빈앤컴퍼니 페이스북 & 메가박스 홈페이지] 미미 역의 안나 네트렙코(S)

로돌포의 세 친구, 화가 마르첼로 역의 마시모 카발레티(Br)와 철학자 콜리네 역의 카를로 콜롬바라(Bs), 그리고 음악가 쇼나르 역의 알레시오 알두이니(Br)도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가수들이었으나 모두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모두 능숙한 가수들이었다. 이들 사이의 호흡도 좋아서 극이 매끄럽게 잘 연결되었다. 그밖에 베누아나 알친도르 역을 맡은 가수들도 배역을 잘 소화해 주었다.

[사진= 메가박스 홈페이지] 2막 모뮈스 카페 장면. 왼쪽부터 마르첼로, 콜리네, 쇼나르, 로돌포와 미미

이번 프로덕션의 공간적 배경은 원작 그대로 파리로 하되, 시대적 배경은 가수들의 의상으로 볼 때 원작의 1830년대가 아니라 현대로 가져온 것 같다. 합창단과 연기자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매우 다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의 연주는 늘 그렇듯이 압도적이었다. 가티는 전곡을 암보로 지휘하는 듯,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악보 없이 지휘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세밀하면서도 푸치니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잘 살려 표현해 주었다. 2년 전에 터진 미투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이 없어 궁금하다[사진= 메가박스 홈페이지] 2막에서 무제타가 은근히 마르첼로를 유혹하고 있는 장면

전체적으로 가수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무대와 연출이 잘 어우러진 빼어난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진행한 이용숙 평론가의 오페라 미리보기 라 보엠 편의 강의를 들은 것이 무척 도움이 되었다. 이용숙 평론가의 해박한 설명 덕에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하기로 한 <라 보엠>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오는 화요일 자정을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상황에서는 두 자리 띄고 한 자리 앉기로 공연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예매분을 취소하고 재예매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비록 현장에서 관람한 오페라는 아니었지만 이날의 <라 보엠> 관람이 더 특별하게 생각된다.

[사진= 메가박스 홈페이지] 4막의 한 장면. 안나 네트렙코(S)와 표트르 베찰라(T)



글 봄뫼
buonart@naver.com







• 40주년 내한공연 • La Traviata • Music • Opera • Stage • TOSCA • classic magazine • opera magazine • 객석 • 공연 • 김재규 • 대한민국오페라대상 • 라 보엠 • 라트라비아타 • 명성황후 • 무대 • 뮤지컬 • 뮤직 • 바리톤 • 박경준 • 박경준의 스테이지 • 성가곡 • 순이삼촌 • 스테이지 • 오썸남 • 오페라 • 오페라매거진 • 오페라잡지 • 오페라전문매거진 • 오페라전문잡지 • 월간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획전 • 제13회 • 창작오페라 • 캣츠 • 클래식잡지 • 클래식전문잡지 • 토스카 • 특집 • 한국가곡의밤 • 한국예술가곡보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