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서울시향 임동혁의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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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콘서트 리뷰 [나도 평론가]

임동혁의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 서울시향

2021년 2월 18일(목) 20:00~21:40 롯데콘서트홀 객석2층 A구역 3열 7번 / B석 14,000원(패키지 30%)


보리스 블라허 /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교향적 변주곡 op.26
알렉산드르 스크랴빈 / 피아노 협주곡 f#단조 op.20 - 임동혁(Pf)
(앵콜) 알렉산드르 스크랴빈 / 연습곡 op.8 12번 - 임동혁(Pf)

인터미션

파울 힌데미트 / 교향곡 화가 마티스
​윌슨 응(Cond), 서울시향

[사진=봄뫼] DID

전날 10:00부터 14:00까지 티켓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세 개의 공연을 포함해 무려 네 개의 공연을 예매처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되는 혼란을 겪고도 모두 성공적으로 예매를 마친 덕에 이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롯데콘서트홀로 향했다. 음악회는 지난 5일 KCO의 신년음악회 이후 처음이니 거의 2주만이다. 이날 공연은 임동혁(Pf)이 오랜만에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 출연을 하기 때문에 진작부터 매진이 된 터라, 로비가 다른 때와 달리 관객들로 붐볐다. 공연 전 로비에서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객석으로 들어갔다.

피아노 협연이 있어서 이날은 2층의 A구역에 예매를 했다. 다소 멀기는 하지만 피아니스트의 건반이 아주 잘 보이는 자리였다. 무대에는 근래 서울시향의 공연치고는 상당히 대규모의 인원이 출연하는 듯, 무대에 거의 빈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주자들의 의자와 보면대가 세팅되어 있었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서울시향의 ​연주를 보면 롯데콘서트홀의 특징인 무대 단을 올리지 않고 모두 평면에서 연주를 하는데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적지 않게 등장하는 이날도 마찬가지로 연주 무대의 단을 모두 내린 상태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 음향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방역적인 차원에서, 단을 올리면 서울시향이 원하는 연주자들 사이의 간격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진=봄뫼] 내 자리에서 본 무대

이날 프로그램은 모두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어서 공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첫 곡은 블라허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교향악적 변주곡]이라는 긴 이름의 작품으로 블라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한다. 블라허는 20세기에 살았던 독일인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성장한 드문 이력의 소유자로 우리나라에서는 작곡가라기보다는 윤이상의 스승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악장 자리에 앉은 웨인 린 부악장이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24번]의 주제 선율을 솔로로 짤막하게 연주하면서 시작된 작품은 이후 열여섯 개의 변주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처음엔 변주를 세어가며 들었으나 여섯 번째까지만 세어보고는 포기했다. 현대음악이지만 난해하지 않았고 현악기와 목관악기, 그리고 금관악기가 적절히 어우려져 다양한 음색을 들려주었고, 파가니니의 주제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블라허가 완전히 새로운 주제 멜로디를 사용한 것과 비슷하게 파가니니의 주제는 드물게 간헐적으로 찾을 수 있을 뿐이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잔잔하게 연주하가다 관악기군이 합세하여 점차 멜로디가 고조될 때 갑자기 휴지를 가져가는 방법으로 긴장감을 더해 주기도 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서 볼 수 있는 금관의 화려한 연주도 있었으며 후반부에 가서는 완연한 재즈 리듬을 가진 멜로디가 나타나기도 했다. 15분 정도 되는 길기 않은 곡임에도 다양한 관현악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곡이었다. 윌슨 응(Cond)은 패기있게 서울시향을 몰아붙어 좋은 소리를 이끌어 냈다.

두 번째 곡은 이날의 메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임동혁의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으로 스크랴빈은 많은 피아노 곡을 남긴 작곡가이나 피아노 협주곡은 오직 이 한 곡뿐이라고 한다. 흔히 스크랴빈이라고 하면 신비주의, 뭐 그런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곡은 스크랴빈이 24세 되던 해에 만든 곡이라 아직가지의 그의 특징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라 후기 낭만주의적 색채가 강한 곡이었다. 임동혁은 서울시향 매거진에 실린 인터뷰에서 스크랴빈의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 협주곡만은 예외였다고 말했는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자신감 있는 태도로 연주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아주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1악장은 호른의 고요한 울림에 현이 반응하다가 역시 그에 조응하듯 피아노가 조용히 소리를 내며 시작한다. 이어서 멜로디가 급격히 고조되지만 다시 잔잔해지고 피아노는 노래하듯이 연주하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2악장이었다. 안단테의 이 악장은 아름답고 서정적이기만 한 여타 협주곡들의 2악장과는 달리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였다가는 리드미컬한 연주가 이어지고, 또 정서가 고조되는 등 다양한 층위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임동혁은 이런 다양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연결시켜 나가는데 아주 뛰어났다. 중간에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의 일부분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었다. 피아노의 독주로 시작된 3악장은 초반부의 피아노와 관현악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악상이 인상적이었다. 이 곡에서는 이렇다 할 카덴차가 눈에 띄지 않아 임동혁 팬들은 좀 아쉬웠을 것 같은데, 그래도 3악장에서는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았으며 오케스트레이션도 뛰어났다.


[사진=봄뫼] 윌슨 응(Cond)과 임동혁(Pf)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이어지자 임동민은 자리에 앉아 앵콜곡을 하나 연주해 주었는데,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스크랴빈의 [연습곡] 가운데 한 곡이었다. 들을 때 신비주의스러운 스크랴빈의 곡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비슷하게 맞춘 셈이었다.


[사진=봄뫼] 앵콜 연주를 마친 임동혁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서는 힌데미트의 대표작인 [화가 마티스]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교향곡이지만 30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곡으로 인터미션 때 읽은 서울시향 매거진에 의하면 제목의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 마티스가 당연히 앙리 마티스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 곡을 들으면서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떠올렸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곡에 대한 해설을 읽어본 것 같다. 그동안 공부는 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음악을 들으며 나름대로 해석하려 했는데, 그런 음악 감상에 문제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역시 잘 모르는 작품에 대해서는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곡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처럼 한 악장이 하나의 그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제목에 드러난 이름의 주인공인 르네상스 시대 독일의 종교화가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그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첫 곡은 '천사들의 합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그림을 표현하기 위해 장엄하면서도 밝은 느낌이 가득했다. 2악장은 '매장'으로 처형당한 예수를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애수에 찬 오보와 플룻의 선율과 어두운 현의 소리, 그리고 금관의 낮고 그윽한 소리가 비극적인 정서를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 3악장은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으로 바닥에 쓰러진 태 악귀들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성 안토니우스의 모습과 그를 하늘에서 지켜보는 하느님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세 악장 가운데 가장 길면서도 가장 극적인 표현이 가득했는데, 금관과 타악기가 가세한 빠른 박자의 긴박한 서주부에 이어 제1 바이올린이 높은 소리의 트릴을 연주하면서 느리고 권태로운 소리들이 연주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아주 가느다란 바이올린 파트의 연주가 있었는데, 아마 피아니시시시시모 정도? 그런 소리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정말 여리고 가느다란 소리를 서울시향이 뽑아내서 놀라웠다. 서울시향의 저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종결부로 가면 어지러운 현악기의 소리를 뚫고 금관악기가 팡파르를 연주하는데 모든 갈등을 끝낸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해 주었다.


[사진=봄뫼] 윌슨 응(Cond)과 서울시향

윌슨 응이 지휘를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날 연주회를 통해 그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세 곡 모두 쉽지 않은 곡이었을 것 같은데, 윌슨 응은 젊은 패기로 이 난곡들을 무난하게 소화해 냈다. 아마 이번 코비드 사태가 아니었더라면 그에게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지휘할 기회가 찾아오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어쨌거나 그는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고, 관객들에게 그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평소 준비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 나는 멀리 있어서 보질 못했으나 가까운 자리에서 보신 분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날 윌슨 응은 너무나 열정적으로 지휘한 나머지 마지막 곡의 마지막 악장 후반부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다 지휘봉 끝부분이 부러져서 1층 객석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나중에 이웃분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윌슨응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지휘봉의 부러진 조각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에게도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기억에 남는 연주회였었던 것 같다.


[사진=봄뫼] 윌슨 응 지휘자와 서울시향 현악 수석주자들

세 곡 모두 인상적이고 훌륭했어서 이날의 베스트 곡을 하나만 선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게 있어 이날 연주된 세 곡은 모두 베스트 곡이었다.



글 봄뫼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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